이사와 출국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비움과 채움의 반복이라는 거다. 처분해? 남겨? 사? 말아? 나 홀로 100분 토론을 하며 짐을 비워내고 또 새로운 것들로 채웠다. 시간도 돈도 에너지도 많이 드는 여정이었다. 일정은 빠듯했고 정신적 여유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핑계로 나의 세계에 소모적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쓸만한 물건을 그냥 버려버리거나, 출국을 빌미 삼아 한 번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마침 새것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물건을 한 번 사면 오래도록 문제 없이 쓰는 편이라, 잘 관리된 중고 물품은 내가 쓰던 물건과 다를 바 없었다. 중고 거래를 하니 비우고 채우는 선택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물건이 버려지는 대신 누군가에게 새로운 쓸모가 되고, 새것을 사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니 매 선택에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구매 후 생각보다 쓰임이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