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놀 줄 모르는 나를 싫어했다. 늦게까지 시끌벅적하게 술 마시며 놀아재끼지(?) 못하는 게, 힙합 음악이 나오는 클럽에서 리듬 타며 춤출 줄 모르는 게, 물담배만 피워도 목이 텁텁해 두 번 다시는 입도 대지 못하는 게 멋없어 보였다. 삶에 내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힘든 일이 몰아치는데, 훌쩍 떠나 놀지도 못하고 방에서만 끙끙 앓는 내가 답답했다.
대학 시절, 여느 때와 같이 축 처져 누워있던 어느 밤이었다. 가까이 사는 친한 언니가 빵을 구웠다며 인스타그램에 먹을 사람 있으면 들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기회를 덥석 물어 언니네에 놀러 갔다. 막 구워진 빵과 함께 언니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눴다. 언니는 밖에서도 잘 놀고 집에서도 잘 노는 타입이었다. 언니에게 찡얼대며 말했다. 나도 술 잔뜩 마시고 밤늦게까지 클럽 가서 흥청망청 놀고 싶다고. 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순한 맛 사골곰탕 국밥 한솔이는 매운맛이 될 수 없으니 다데기로 만족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