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들은 새내기처럼 교환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가까워진다. 문제는 당시의 내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무척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깝게 지냈던 사람의 아주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된 뒤부터 그랬다. 겉보기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 알고 보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때릴 수도 있겠지?’ ‘흠, 저 사람은 엄청 바람둥이거나 극심한 거짓말쟁이일지도 몰라.’ ‘만약 저 사람이 자취 중이라면 아주 피폐하고 어둡게 지내고 있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이렇게 쉽게 연락하고 여행을 다니는 건지 신기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새삼 내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정말 컸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 불안한 마음은 다행히도 이후 낯선 이들 중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점차 나아졌다.)
그런 내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까운 관계는 낯설었다. 오늘 다시 쓴 일기는 그래도 일대일이 아니니까,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