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일에 온 지도 한 달이 넘었으니 웬만한 어려움은 다 지나갔겠지, 하며 방심하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3월 말은 참 다사다난했다. 한국에서부터 같이 온 친구들 모두가 비슷한 시점에 각각 힘든 일을 겪는데 마치 신께서 우리보고 싸우지 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 우리 집에서 대책을 세우는 중인 승희와 나
가장 큰 일은 승희에게 일어났다. 승희네 집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승희네 집에는 3명이 함께 살 수 있었는데, 지난 학기까지 살던 학생들은 모두 빠져나가서 이번에 새로운 학생들만으로 채워졌다. 승희가 가장 먼저 입주했고, 그 다음으로 들어온 미리(Miri)라는 친구가 왔다. 미리는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만하임에서 인턴을 하게 되어 이번 학기에 여기서 지내게 됐다고 했다. 그들의 또 다른 플랫메이트는 남자라고 했다. 독일에는 성별에 관계 없이 한 집에서 지내는 문화가 흔했다. 승희와 미리는 들뜬 마음으로 함께 살게 된 친구의 환영 파티까지 준비했다. 파티 당일, 영어로 대화하기가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