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어찌어찌 베를린이다. 대도시에 왔으니 저녁으로는 꼭 한국 음식을 먹겠단 일념으로 현주와 치킨 여정을 떠났다. 서울로 따지면 숙소를 동대문에 잡아두고 홍대까지 가서 치킨을 사오는 모험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굳이 여행 첫날부터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고된 기차 여행 뒤라 먹고 싶은 음식을 꼭 먹어내고야 말겠다는 객기였던 것 같다. 뭐, 그 덕에 베를린 저녁 산책을 즐겼다.
만하임에 비하면 베를린은 정말이지 크고 복잡했다. 그게 싫지 않았다. 처음 방문한 도시인데도 그곳의 높은 빌딩과 약간의 경적 소리가 내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다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사람들이 만하임보다는 빠른 걸음과 진지한 표정으로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도시의 속도다. 서울 같았다. 반갑다.
차가 슝슝 지나다니는 넓은 도로에서도 사람들은 굴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 지나다녔다. 따릉이를 타고 정신 없는 종로를 씽씽 지나던 서울에서의 나와 겹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