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쟁이인 나는 꽤 오랫동안 생일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일 년에 딱 하루만큼은 아무리 유난을 부려도 괜찮다는 생각에 맘껏 기뻐하고 축하하고 기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였냐고? 생일날 자정이 되는 순간을 카운트다운하는 건 기본이었다. 생일 주간이라는 핑계로 거의 보름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한 번은 파티룸을 빌려 서른 명의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생일파티를 열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애인과 생일을 보내보고 싶은 욕심에 생일을 앞두고 급하게 연애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내일은 타지에서 맞는 첫 생일이다. 호들갑쟁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파티를 열지 못할 바에는 나 홀로 춤을 추자는 마음으로, 독일에서 가장 궁금했던 도시 베를린으로 여행을 왔다. 그뿐이었다. 차마 다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여유까지는 나지 않아 어찌어찌 몸만 베를린에 와 있었다. 돌이켜보면 만하임에도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마음을 다 못 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