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인천, 프랑크푸르트를 지나 드디어 만하임으로 가는 날이 밝았다. 공항에서 만하임까지는 겨우 30분 걸리지만, 덩치만 한 캐리어 두 개는 30분 거리도 3시간 거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법. 비행기가 저녁 시간에 도착한다는 핑계로 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묵었다. 기차에서 내리면 집까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막막했는데, 방을 넘겨주기로 한 카타가 무려 차를 끌고 역까지 마중을 와주기로 했다.
언어도 모르고 아는 것 하나 없는 도시에 나를 기다리고 환영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낯선 도시에서 구글맵을 켜고 돌아다니며 유심 데이터가 바닥나진 않을까, 방심한 사이에 소매치기가 지갑을 훔쳐가진 않을까, 반대 방향으로 가는 트램을 타서 길을 헤매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너무나도 든든하고 기뻤다.
혹시나 서로를 찾지 못할까 봐 소개팅하듯 인상착의를 나누고 기차역의 구조를 익힌 것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방을 계약하기에 앞서 영상통화로 보았던 서로의 얼굴을 알아봤다.